서재에서의 만남

혼자의 가정식

yayayayo 2020. 9. 7. 07:43

 

 

 

 

 

읽기는 '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'부터 먼저 읽었는데 그건 서평을 못 썼다.

 

두권 다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. 나도 저자처럼 나를 돌보고 관리하는 것을 좋아한다. 가끔은 내가 나의 매니저처럼 느껴질 정도로, 뭔가 몸 또는 마음이 힘들거나 균형을 잃고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나? 균형적으로 잘 먹고 있나? 운동은 잘 하고 있나? 스스로 어리석은 감정이나 행동을 고치지 못한 것 아닌가? 좋은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나 등등을 체크해보면 분명 빠진 게 있다. 특히 먹는 것, 운동은 가장 표면적인 것이라 챙기기 쉽다.

 

이런 걸 챙기는 내 모습이 표면에 드러나면 주변사람들이 많이 놀라곤 한다. 예를 들어 아침에 씨리얼, 점심은 국수를 먹었는데 오후에 도너츠같은 간식이 있으면 잘 안먹는다. 사람들이 왜 안먹냐고 해서 '오늘 탄수화물 섭취가 너무 많았어서~'라고 대답하면 뜨악한 얼굴;;; 참 피곤하게 산다는 반응이다 ㅎㅎㅎ 그리고 대화중에 오늘 새벽에 달리기 하던 중 일어난 재미난 일 -여자분이 운동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머리 긴 남자였다는 거라든가 까마귀떼랑 까치떼가 엄청나게 싸우던 일이라든가-을 얘기하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. 헐 그렇게 일찍 일어나냐고....

 

그래서 나를 챙기고 관리하는 삶이 좀 특이하고 왠지 부끄럽고 유별나지 않기 위해 감추어야 할 대상 같았는데... 그것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내고 스스로 찬사하기까지 마저않는 책을 만나니 정말 놀랍기도 하고(내가 유별나거나 틀린 게 아니었어!) 공감가는 게 참 많았다.

다만 내가 내 셀프매니지먼트(?)를 남들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 -타인에게 별스럽게 보일까봐....를 여기서 또 느낄 수도 있었다. 저자에게 크게 공감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별스럽게 느껴지는 포인트도 많다 ㅎㅎㅎㅎㅎㅎ 그만큼 솔직하다.

아무튼 그래 내가 틀린게 아니야 나같은 사람은 나 말고도 또 있었어! 라는 동질감에 기뻤다. 아니, 나보다 훨씬 더 한 사람도 있음에 기뻤다 ㅎㅎㅎㅎㅎ

 

식단을 기록하는 방법은 새로이 배워서 나도 하고 있는데, 불과 어제 먹은 것도 기억이 안나서 못 적을 때가 많다. 근데 적어두니 식사준비에 도움이 많이 된다. 반찬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식단표를 보며 아 이거 맛있었지 이렇게 하니 식구들이 잘먹더라 싶은 것들을 한다.

 

내가 나를 잘 먹이고 재우고 관리해줘야 한다.. 라는 말에 오... 하고 깨달음이 왔다. 지금은 습관이 되어 좀 낫지만 나도 씻는 걸 참 귀찮아하고 싫어했다. 20대때는 매일 발을 씻으며 평생 저녁마다 이런 짓거리에 시간낭비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단 말인가 으아악 하며 괴로워했었다. 그런데 세월을 지나며 여러 사람을 만나보니, 씻거나 먹거나 하는 최소한의 관리를 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자신에게 축적되어 나이를 먹으면 그것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누적된다는 걸 알았다. 그래서 씻고, 일주일에 한번 각질을 제거하고하는 행위를 이제는 의미있게 실행한다. 탈무드에 나온, 동상을 닦는 로마인보다 지금 내 몸을 씻으러 목욕하러 가는 게 더 가치있는 일이다 라고 말한 랍비의 일화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.

저자가 애서가라 좋은 책도 많이 줍줍했다.(사진찍은 페이지가 주로 줍줍한 것들)